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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노바> - 이승윤

-알라리깡숑 박자를 타고 각 잡아도 이건 아냐 암만 봐도 플로우 같은 건 난 아무것도 몰라 흘러가는대로 아무렇게나 불러 난 초짜라 죽어라 쥐어짜봤자 이런 말도 안 되는 글만 적잖아 어설프게 남들따라 랩 안 할래 나만의 노래를 부를랩 철학적이고 문학적인 가사를 쓰고 싶지는 않아 진짜 가사같은 가사를 쓰고 살고 싶어 빠삭하게 아삭하고 나사풀린 그런 거 말야 을이라는 의리로 묶인 으리으리한 성안에서 탈출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으르렁 대보지도 못하고 가사 속에서만 강한 나는 그래 가사노바 시 적인 가사가 어딨어 시의적절한 말만 있을 뿐 시작은 거창한 척 해도 삶과 구인의 명복을 빌 뿐이야 삼가 고인이 될 때까지 그런거지 뭐 발악하는 눈물들 위로 버럭대는 늠름한 피로 균열이 간 흙기둥은 금빛 지붕을 받치고 소수는..

아레나 옴므+ 2021년 4월호 인터뷰 - 이승윤

https://www.smlounge.co.kr/arena/article/47711 '방구석 음악인'이 세상 밖으로 나와 구찌를 입고 화보를 찍었네요. 기분이 어떤가요? '옷이 날개다'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네요. 정직하게 말하자면 구찌가 비싼 브랜드라는 것 외에는 전혀 몰랐거든요. '이걸... 나보고 입으라고?' 생각하며 입었는데,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정말 예뻐요. 현장에서 각선미에 대한 칭찬이 끊이질 않았어요. 하하. 오늘 입은 것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게 쇼트 팬츠예요. 은근히 자기만의 패션 철학이 있어 보이던데? '똥폼'이죠. 처음엔 뜨악하지만 보다 보면 정이 가는 스타일. 에서 원래 지난해까지만 음악을 하고, 안 되면 접으려고 결심했다고 했었죠. 전 세상에서 제일 믿지 않는 말이 '난..

보그 코리아 2021년 3월호 인터뷰 - 이승윤

새벽까지 생방송을 마친 다음 날 뭐 했냐는 질문에 이승윤은 '좀비처럼 누워 있었다'고 답했다. 불과 30시간 전 이승윤의 머리 위로는 황금빛 리본이 쏟아져 내렸다. ' 초대 우승자는! 이! 승! 윤!' 이름을 불린 그에게 그야말로 '금의환향'하지 않았느냐고 말을 건네자 "저 혼자만 차분하고 주변은 모두 들떠 있어요."라고 했다. '방구석 음악인' 모든 창작물에는 방구석이라는 요소가 있어요. 자기만의 방에 있던 마음의 문을 열고 바깥에 내보일 때 창작물이 생명을 가진다고 봐요. 그런 의미에서 제 음악은 방구석적 요소가 있어요. '무명성 지구인' 무명이라는 말에 반발감이 있었어요. 이름이 없는 게 아니라 명성이 없을 뿐이잖아요. '장르가 30호'. 이승윤의 음악.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은 록적 요소와 포크적 ..

더블유 코리아 2021년 4월호 인터뷰 - 이승윤

반골 기질이 강하시죠? "엄청 강하죠. 빈정거리기도 잘해요." 세상과 타협한다는 기분이 드는 걸 반기지 않는 건가요? "아니죠. 저도 세상의 구성원인데. 타협해야 할 부분이란 있는 거고,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해 함부로 얘기하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 이승윤은 과거 알라리깡숑이라는 밴드로, 그리고 솔로로 , 등 몇 차례 음반을 냈다. 그의 표현을 쓰자면 '앨범을 쓸데없이 많이 내서 몇 장인지 세지도 못하겠다.' 10년 전 대학가요제에 나갔을 때는 '내 음악이 남들에게도 필요한 음악인지 시험해보기 위해' 참가했다고 참가 이유를 밝혔다. 꽤 많은 이승윤의 영상 자료를 찾아보면 그는 '필요'라는 말을 자주 쓴다. 내가 원해서 하는 것의 쓸모와 필요성을 생각하는 건 세상에서 나의 좌표를 가늠하는 일과 비슷하다...

210320 깡숑감상문 <반역가들>

반역가들 - 이승윤 네모난 상자 안에 갇힌 동그란 마음 언제나 알아주기란 힘들지 뚜렷한 글씨 안에 갇힌 투명한 말 언제나 보여 주기란 어렵지 우린 검증 받지 않은 번역가들 여긴 어설픈 해석으로 가득 찬 소설이지 이해하고 싶어 이해 받고 싶어 조그만 불빛 아래 숨긴 커다란 밤 언제나 모른 척하기란 힘들지 과감한 걸음 아래 숨긴 가난한 발 언제나 보이지 않기란 어렵지 우린 진실할 수 없는 반역가들 서로를 위해 스스로를 거역하며 서성이지 이해하고 싶어 이해 받고 싶어 언제나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전하고 싶어하지만, 그렇기에 늘 주의깊게 다른 사람의 마음을 먼저 받아들이고 싶어하는 승윤의 생각이 잘 나타나 있는 곡입니다. 가끔 모두에겐 자신만의 세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죠. 같은 꽃을 보고도 서로 느끼는..

210308 깡숑감상문 <새벽이 빌려 준 마음>

새벽이 빌려 준 마음 - 이승윤 안테나가 전부 다 숨어버렸고 라디오는 노래들을 잊어버렸습니다 무지개가 뿌리째 말라버렸고 소나기는 출구를 잃어버렸습니다 새벽이 빌려 준 마음을 나는 오래도 쥐었나 봅니다 사람이 된 신도 결국엔 울었고 사람들은 그제서 눈물을 닦았습니다 새야 조그만 새야 너는 왜 날지 않아 아마 아침이 오면 나도 나도 그래 새벽이 빌려 준 마음을 나는 오래도 쥐었나 봅니다 역시 이 노래 감상문은 새벽에 써야 맞겠죠. 지루한 얘기로 다 재워버릴것입니다... 처음엔 무척 낯설고 다른 곡들보다 더 몽환적이고 모호한 노래였지만 듣다보니 '새벽'의 이미지와 무척 잘 어울리는 사운드라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특히 동이 막 트기 직전의 고요한 어둠에서부터 여명이 밝아오며 시린 색으로 물드는 하늘. 이 노래에..

210217 깡숑감상문 <굳이 진부하자면>

굳이 진부하자면 - 알라리깡숑 친구들이 그래 네 가사는 너무 어려워 그건 나도 알아 진부한 말들을 굳이 하기는 싫었어 그냥 그랬어 뭔가 특별하게 말 하고 싶었어 편지 한 장도 종일 쓰는 걸 사실 특별해서 주저한 걸지도 벌써 진부하다 사랑해 널 사랑해 널 눈을 감아봐 여긴 그때 그 다리야 넌 어딘지 알겠지 눈을 한번 떠봐 여긴 우리의 거리야 자주 커피를 사 마시던 뭔가 특별하던 일들만 우리의 사진첩 속에 둘 순 없는 걸 사실 특별한 건 아 글쎄 그거 있잖아 굳이 진부하자면 사랑해 널 사랑해 널 사랑해 널 사랑해 널 '어려워 보이는 건 알지만, 굳이 진부하게 가사를 쓰고 싶지는 않았다.' 이 곡은 마름모답게 가사에 대한 변명으로 시작합니다. I Love You만 주구장창 나열하는 곡은 사랑을 진부하게 보이게..

210212 깡숑감상문 <우주 Like 섬띵 투 드링크>

우주 Like 섬띵 투 드링크 - 이승윤 삶은 원일까 아니면 구일까 구하고 원하다 보면 구원 속에 속한다 그래 근데 나는 마름모야 심지어 삐뚜루 서 있지 변과 변과 변과 변을 똑같이 나열하는 그저 변명꾼이야 비는 직선이 아니라 동그라미로 내리는 걸 진작에 알아 챘더라면 뭔가 달랐을까 다음 장마가 오면 난 입을 크게 벌려서 우주라는 구와 원을 다 들이켜 버릴거야 우주 Like 섬띵 투 드링크 근데 나는 마름모야 여전히 삐뚜루 서 있지 변과 변과 변과 변을 똑같이 나열하는 그저 변명꾼이야 비는 직선이 아니라 동그라미로 내리는 걸 진작에 알아 챘더라면 뭔가 달랐을까 다음 장마가 오면 난 입을 크게 벌려서 우주라는 구와 원을 다 들이켜 버릴거야 비는 직선이 아니라 동그라미로 내리는 걸 진작에 알아 챘더라면 뭔가..

210208 깡숑감상문 <가끔은>

가끔은 - 이승윤 아직 충분히 크지 않았던 내 작은 손이 마주 잡았던 담벼락에 핀 작은 한 송이 꽃이 들려주던 그 노래소리 그 땐 내겐 전부라고 여겨졌었던 일기장에 적어 놓았던 풍경들이 이젠 웃음보단 미소로만 남아서 내 곁을 지키네 가끔은 기억 조차도 않나 가끔은 그리운 한숨을 쉬어 후 하 이젠 커버린 나의 두 손이 잡을 수 있는 더 많은 소리 하지만 더는 보이지 않는 담벼락에 핀 작은 꽃송이 그땐 내겐 전부라고 여겨졌었던 일기장에 적어놓았던 풍경들이 이젠 울음 보단 미소로만 남아서 내 곁을 지키네 가끔은 기억 조차도 않나 가끔은 그리운 한숨을 쉬어 후 하 여러분은 어린 시절을 어떻게 기억하시나요? 가끔 생각보다 더 작고 사소한 일들이 떠오르지는 않나요? 이 곡을 들으면 전 초등학교 때 집 근처의 공원에..

210205 깡숑감상문 <무명성 지구인>

무명성 지구인 - 이승윤 이름이 있는데 없다고 해 명성이 없으면 이름도 없는 걸까 이름이 있는 것만으로 왕이 부릴 수 없는 그런 곳은 없을까 명왕성에나 갈까 아참 너도 쫓겨 났구나 가엾기도 하지 근데 누가 누굴 걱정 해 안녕 난 무명성 지구인이야 반가워 내 이름은 아무개 기억 할 필욘 없어 이름 모를 빛들로 가득한 젊음이란 빚더미 위에 앉아 무명실로 뭔갈 기워 가는데 그게 무언진 나도 잘 모르겠어 아무리 그래도 무언간데 아무 것도 아니래 필요치 않으면 곱씹어 볼수록 아무 것도 없는 사막이란 말은 너무나 잔인해 모래도 언덕도 바람도 달 그림자도 있는데 샘이 숨겨져 있지 않은 사막이라도 아름다울 순 없을까 안녕 난 무의미한 발자취야 반가워 내 이름은 아무개 기억 할 필욘 없어 이름 모를 빛들로 가득한 희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