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진부하자면 - 알라리깡숑
친구들이 그래
네 가사는 너무 어려워
그건 나도 알아
진부한 말들을
굳이 하기는 싫었어
그냥 그랬어
뭔가 특별하게 말 하고 싶었어
편지 한 장도 종일 쓰는 걸
사실 특별해서 주저한 걸지도
벌써 진부하다
사랑해 널
사랑해 널
눈을 감아봐
여긴 그때 그 다리야
넌 어딘지 알겠지
눈을 한번 떠봐
여긴 우리의 거리야
자주 커피를 사 마시던
뭔가 특별하던 일들만 우리의
사진첩 속에 둘 순 없는 걸
사실 특별한 건 아 글쎄 그거 있잖아
굳이 진부하자면
사랑해 널
사랑해 널
사랑해 널
사랑해 널
'어려워 보이는 건 알지만, 굳이 진부하게 가사를 쓰고 싶지는 않았다.'
이 곡은 마름모답게 가사에 대한 변명으로 시작합니다. I Love You만 주구장창 나열하는 곡은 사랑을 진부하게 보이게 하기도 하죠. 내가 느끼는 건 그보다 훨씬 특별한 감정이기에, 보다 특별한 방식으로 말하고 싶습니다.
편지 한 장도 종일 써가면서, '사랑해'가 아닌 더 특별한 말들을 고민하고 고민하지만, 나오는 것은 너무 어려운 가사들 뿐입니다. 이럴거면 그냥 나도 진부하게 '사랑해'라고 하면 안 되는 걸까요?
...어쩌면 사실은 그 말이 진부해서가 아니라 특별하기 때문에 주저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사랑해, 진부하게 깔려 있던 그 말은 정작 내 입으로 말하려니 너무 특별해서 주저하게 되는 말입니다. 오히려 내가 특별하다고 생각했던 가사들이 오히려 '사랑해'라는 솔직한 고백보다 진부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진부하다고 생각했던 건 특별했고, 특별하다고 생각했던 건 진부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일상도 그렇죠. 특별한 이벤트는 우리의 삶 역시 특별하고 반짝이게 만들지만, 매일매일이 특별할 수는 없습니다. 그건 또다시 진부한 일상이 되어버릴 뿐이죠. 정말로 소중한 특별함은 진부한 일상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특히 당신과 나눈 시간에서.
눈을 감고도, 그때 그 거리라는 어정쩡한 말로도 같은 감상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어떻게 특별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자주 다니던 장소에다 '우리의 거리'라고 우리만의 이름을 붙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일까요. 진부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놀라운 것인지.
사실 정말로 특별했던 것은, 나의 특별한 감정이 아니라 너와 공유한 일상, 그 진부함의 발견입니다. 특별한 일 없이도 그저 만나서 놀고 웃고 먹고 마실 수 있다는 사실이 내겐 제일 특별한 진리입니다. 그걸 알게 되고 나서는 거리낌없이 굳이 진부해보기로 합니다.
굳이 진부하자면
사랑해 널
사랑해 널
사랑해 널
사랑해 널
많은 가사들을 채울 수 있는 후렴구의 긴 마디를 진부한 말로 빼곡히 채워봅니다. 얼마나 특별하게 말하든 사실은 같은 뜻이니까 괜찮습니다. 오히려 많은 가사를 걷어내고 하고 싶던, 진부하기에 특별한 말이니까요.
끝. 그렇게 좋아하던 곡인데도 사실 특별하게 감상을 쓰기는 어렵습니다. 진부한 감상문이지만 그렇게 솔직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즐긴게 아닐까 위안삼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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