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개인공간/깡숑감상문

210320 깡숑감상문 <반역가들>

가시우주 2021. 3. 25. 12:11
반역가들 - 이승윤

네모난 상자 안에 갇힌 동그란 마음

언제나 알아주기란 힘들지
뚜렷한 글씨 안에 갇힌 투명한 말
언제나 보여 주기란 어렵지

우린 검증 받지 않은 번역가들
여긴 어설픈 해석으로 가득 찬
소설이지

이해하고 싶어
이해 받고 싶어

조그만 불빛 아래 숨긴 커다란 밤
언제나 모른 척하기란 힘들지
과감한 걸음 아래 숨긴 가난한 발
언제나 보이지 않기란 어렵지

우린 진실할 수 없는 반역가들
서로를 위해 스스로를 거역하며
서성이지

이해하고 싶어
이해 받고 싶어

 

언제나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전하고 싶어하지만, 그렇기에 늘 주의깊게 다른 사람의 마음을 먼저 받아들이고 싶어하는 승윤의 생각이 잘 나타나 있는 곡입니다.

가끔 모두에겐 자신만의 세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죠.
같은 꽃을 보고도 서로 느끼는 것이 다르듯이, 같은 시공간을 공유해도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각자의 마음으로 현실을 꾸미며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보입니다.

이런 세계들의 접점은 대부분은 언어, 드물게는 말 없는 교감으로 이뤄집니다. 단순해 보이는 일상적 대화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상대의 의도를 이해하고 그것을 자신의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나의 세계와 다른 세계를 잇는 번역가인 셈이죠.

나만 아는, 나 혼자만의 세상은 아늑하지만 너무 조용합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을 꿈꾸고, 동시에 나의 세계를 이해받길 원합니다. '저 사람은 왜 저런 말을 하는지 알고싶어.' '내가 이런 감정을 느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 그런 욕구가 모두 있잖아요.

이해하고, 이해받고 싶다는 욕구로 우리는 끊임없이 나의 세계를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소설을 해석해나갑니다. 가끔 방식이 서툴러 오해가 생기고 삐걱이기도 하지만 한줄 한줄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고, 내 마음 한 귀퉁이를 이해받는 감각으로 우리는 이 세계에 나 혼자가 아니라는 위안을 받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누군가에 대해서 깊이 알게 되거나, 나의 심연을 드러내보인다는 것은 무척 두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많은 것을 공유하길 원하면서도 자꾸만 숨기고 싶어하고, 못 본척 넘어가고 싶어지는 부분도 우리에겐 분명 있습니다. 자석처럼 상대를 끌어들이다가도 순식간에 서로를 밀어내죠.

상대의 모든 것을 알고싶었지만 어딘가 발치에 턱 걸리는 돌처럼 그 안에 커다랗고 우울한 밤이 숨어있다면, 그것을 엿본 나는 망설이게 됩니다. 나의 많은 것을 사랑해주는 사람에게조차 나의 작고 초라한 모습을 보이는 것엔 거부감이 들어 좀처럼 티내지 않고 감추고 숨으려 드는 것처럼.

그렇기에 우리는 온전히 진실할수 없고 늘 모순적으로, 너와 세계를 공유하고싶어 다가갔다가 또 뒷걸음질치며 서로의 주위를 서성입니다. 이해하고 싶지만 알고싶지 않아. 이해받고 싶지만 알려주기 싫어. 서로의 소설을 해석하던 번역가는 내용을 교묘히 왜곡해 감추는 반역가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또한 넓게 보면 이해의 영역이 아닐까요. 모든 것을 집요하게 알아내 사실을 파헤치고 드러내 전시하는 것은 조금 잔인하지 않을까요. 네가 숨긴 밤을 같이 눈감아주고, 나의 가난한 마음을 모른척해주는 행동도 서로의 세계를 이해하는 방법의 하나일 수 있을겁니다.

우리는 자신을 이해해주길 원하며 서로의 세계를 언뜻 내보이고, 동시에 가끔은 서로를 속이며 속아주기까지 하는 진실하지 못한 모습이지만... 이 모순의 줄타기 속에서도 우리는 꾸준히 서로를 이해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명확합니다. 앞으로도 그렇겠죠. 오늘 왜이렇게 길어. 끝.

+승윤은 늘 자신이 이해받고 싶다, 나의 마음과 생각을 전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할때 항상 다른사람을 이해하는 얘기를 하나 앞에 두거나, 아니면 자신의 전달방법이 서투른게 아닐까 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나의 욕구를 반대의 시선에서 먼저 살펴보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