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개인공간/깡숑감상문

210401 깡숑감상문 <무얼 훔치지>

가시우주 2021. 4. 10. 02:43

 

무얼 훔치지 - 이승윤

생각을 정돈 하려다 맘을 어지럽혔나봐
대충 이불로 덮어놓고 방문을 닫았어
선반에 숨겨 놓았던 후횔 하나 둘 꺼내서
읽으려다 그냥 말았어 거의 외웠으니까

낡은 하늘에 밝은 미소를 건넬 걸
왜 내가 바라 볼때면 녹슬어 있는지
노을을 훔치는 저기 언덕을 가도 멀찍이
태양은 언제나 멀지
그럼 난 무얼 훔치지

텅 빈 하루를 채우다 잠은 가루가 됐나봐
쓸어 안아 누워 있다가 그냥 울어 버렸어
옷장에 숨겨 놓았던 꿈들을 몇 벌 꺼내서
입으려다 그냥 말았어 어울리지 않잖아

낡은 하늘에 밝은 미소를 건넬 걸
왜 내가 바라 볼때면 녹슬어 있는지
노을을 훔치는 저기 언덕을 가도 멀찍이
태양은 언제나 멀지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난 무얼 훔치지

조바심에 저 바람에 주파수를 훔쳐봐도
모랫가루만 날리고 방을 어지르지
노을을 훔치는 저기 언덕을 가도 멀찍이
태양은 언제나 멀지
이제 그만 할래

날짜들보다 오래 된 발자국처럼 노래가
신발 아래서 들려와 포기하려 했는데
낡은 마음에다 노래는 밝은 미소를 건네 와
왜 내가 바라보아도 녹슬지 않는지
난 눈물을 훔치지

왜 내가 바라보아도
녹슬지 않는지
왜 내가 바라보아도
녹슬지 않는지

 

 

 

 

<무얼 훔치지> 현생과 떡밥에 치이다 드디어 준비된 감상문입니다... 1집앨범은 전체가 그냥 윤의 일기장같아서, 특히 타이틀인 이 곡은 무척 마음에 와닿는 곡이라 하고픈 얘기가 많았어요. 다 담을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우선 라이브무대부터 보고가시죠.

「난 뭘 하고 있는 거지.」 좌절은 자주 이 문장과 함께 찾아오곤 합니다. 분명 목표하던 것이 있었는데 마음처럼 되지않고 그게 정말 옳은 길인지조차 모르게 되어버렸을 때. 잃어버린 확신을 찾다 맘을 어지럽히고 온 길을 되돌아봐도 후회들만 남아 있을 때. '난 뭘 하고 있었던 거죠?'

목표와 의욕을 잃고 갑자기 밀려오는 공허함과 갈 길 잃은 마음에 나의 하루는 텅 비어버립니다. 그 공백을 채우고자 잠을 갈아가며 바쁘게 움직여보지만 남는 것은 가루가 된 잠과 여전히 모르겠는 나 자신 뿐입니다. 남겨진 그것들만 쓸어안아서 누워있다가 결국은 참지 못하고 울어버리는 밤.

자신이 바라보던 이상은 너무 많이 바라봐서 낡아버렸습니다. 그걸 향해 가던 자신의 의지조차 녹슬어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삐걱일 뿐입니다. 내 목표가 너무 멀리 있었던 걸까요? 태양처럼 늘 나를 비추던 것인데, 저기 태양을 삼키며 노을지던 언덕에만 가면 닿을 수 있을줄 알았는데...

몇 번이고 언덕까지 달려가서도 여전히 먼 태양을 바라보다 생각합니다. '난 뭘 하고 있는거지?' 그제서야 차근히 나를 돌아보면. 내가 무엇인지조차 모르겠습니다. 저 하늘과 태양을 좇던 건 나의 선택인가요? 다른사람들의 목표를 똑같이 훔친 것은 아니었나요?

여기까지 달려오는 길은 순전히 나의 힘이었나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훔친 끝에 도달했던 것이 아닌가요? 그러면 나 스스로는 무엇을 할 수 있는거죠. 모든것이 내 것이 아니었다면 정말로 나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무엇을 더 훔쳐야 하는 걸까요. 나는 여기서 걸음을 멈춰버립니다.

조바심에 다른사람의 말과 생각을 훔쳐도 여전히 공허합니다. 나는 이렇게 아무것도 없이 내가 아닌채로 살아가게 될까요. 모든게 나와 멀다고만 느껴지던 때에 내 발 밑에서 노래가 들려옵니다. 아, 언제 품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내 삶의 궤적을 따라오던 나의 노래들입니다.

끝없이 멀다고만 생각했던 음악은 어느새 발자국처럼 내가 살아온 길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포기하려 했는데, 그만두려 했는데, 아무리 외면해도 녹슬지 않는 모습으로 반짝이며 밝은 미소를 건네옵니다. 나의 노래가 나를 위로하는 경험. 이제서야 오롯이 나를 위한 눈물을 훔쳐봅니다.

감상문은 여기까지지만 윤에 대해선 사족이 있습니다. 15년 겨울에 만들었다고 한 이 곡은 많은 곡중에서도 가장 솔직한 일기같아 보입니다. 14년도쯤 여러 이유로 회의감을 느껴 음악을 그만두려고 했었지만 그 동안에도 끊임없이 노래와 가사가 떠올랐다고 했었는데요...

<무얼훔치지>는 음악을 잘라낸 상태로 나를 찾으려 방황하다 결국은 다시 자신의 노래에서 위안을 받고 음악이 자신의 일부임을 깨닫고 인정한 과정을 담아낸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진솔한 목소리에 마음이 울리기도 하고... 들을수록 이 사람에게도 마음이 쓰이게되는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