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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29 깡숑감상문 <시적 허용>

가시우주 2021. 9. 29. 18:25

 

시적 허용 -이승윤

고요를 깨지 않는 것보다
적절한 말을 몰라
그냥 입술을 뜯고만 있었던 거죠 그땐
시적 허용 속에서 부유하는
꿈들은 고요해
시적 허영 속에서만 살고있는
마음은 불안해요
어수선한 밤 거리엔
가야 한다고 새겼던 주소들이 없어요
소란한 내 일기장 속엔
새까만 새까만 구멍이 났어요
시적 허용 속에서 부유하는
꿈들은 고요해
시적 허영 속에서만 살고있는
말들은 초라해요
어수선한 밤 거리엔
가야 한다고 새겼던 주소들이 없어요
소란한 내 일기장 속엔
새까만 새까만 구멍이 났어요

 

신청해주셨던 곡인데 백만년만에 짬을 내서 가져왔습니다... 시적허용의 가사를 가지고는 '꿈'과 '위로'에 관해서 이야기해볼까 해요. 오랜만이니까 또 천천히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적절한 위로의 말을 꺼내지 못한 경험, 있으신가요? 힘들어하고 슬퍼하는 친구에게 뭐라 말을 해줘야할까, 머릿속으로 갖가지 대사를 굴려봐도 결국 이 고요를 깨는 것보다 나은 한마디를 찾지 못해서 나는 그저 입술을 뜯으며 한심한 위로자가 됩니다. 내 옆의 친구들조차 위로할수 없다니.

나의 꿈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일이었습니다. 내가 힘들때 그랬듯이, 나의 글로 음악으로 사람들의 빈 구멍에 들어가 잠시 온기를 채워주는 그런 위로가 나의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나는 위로를 하고 있는 건가요? 내 작품은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위로가 되나요?

나의 위로는 단지 시적 허용 속에서만 살아있는듯 보이고 실제로 누군가를 위로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죠. 내 작품으로 누군가를 위로하겠다는 말조차 나의 허영심이라면 또 어쩌죠. 이 길을 가겠다고 결심했지만 걸으면 걸을수록 어두운 밤거리는 어수선하고 내 목표는 보이지 않아 불안합니다.

나의 꿈과 감정들, 나와 다른 사람들에 대해 담아두던 일기장에도 이제는 혼란스러운 생각들 때문에 단어 하나조차 적을 수가 없습니다. 단지 펜만 종이에 꾹 눌러대고 있다보면 잉크가 번져 새까만 구멍이 점점 퍼져나가며 나의 꿈을 잡아먹고 있죠. 뱉었던 나의 말은 너무나 초라해 보입니다.

누군가를 위한 예술이란 것은 그야말로 남들의 '허용'과 자신의 '허영', 그 사이의 줄타기입니다. 실제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그럼에도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허용되고, 나를 표현하는 작업이지만 허영심에 눈이 가리워져서는 안 되는, 끊임없이 밤거리를 헤매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오갈데 없는 이러한 마음까지 나는 '시적 허용' 속에 담아냅니다. 이러니저러니해도 나에겐 가야 할 주소가 있고, 이 밤거리를 벗어나면 이정표가 보일지도 모릅니다. 시적허용에 담긴 그 마음이 어딘가에 닿기만 한다면 더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있으니까요. 계속 걷는 겁니다.

그리고 나의 마음으로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다는 그 꿈이 자꾸만 좌절과 고민을 불러일으켜 언뜻 '자기만족을 위한 일이었나?'하는 허영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 시작은 나의 선의라는 것도 믿어야 합니다. 당장 내 옆의 친구에게 더한 상처를 주고싶지 않아 입술을 뜯고만 있는 당신이잖아요.

가끔은 직접적인 말과 행동보다 침묵과 고민이, 나의 상처와 아픔에 솔직한 그 모습이 위로의 다른 방법이 되곤 합니다. 그렇기에 <시적 허용>은 같이 밤거리를 걷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거겠죠.

더 많은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시적 허용과 시적 허영 사이에서 오늘도 고민하는 선한 사람들에게 무언의 응원을 보내며 <시적허용> 감상문은 이쯤 하겠습니다. 

원래 영수앨범 1주년날에 했어야했는데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