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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12 깡숑감상문 <우주 Like 섬띵 투 드링크>

가시우주 2021. 3. 25. 12:10

 

 

우주 Like 섬띵 투 드링크 - 이승윤

삶은 원일까

아니면 구일까
구하고 원하다 보면
구원 속에 속한다 그래

근데 나는 마름모야
심지어 삐뚜루 서 있지
변과 변과 변과 변을 똑같이
나열하는 그저 변명꾼이야

비는 직선이 아니라 동그라미로
내리는 걸 진작에 알아 챘더라면
뭔가 달랐을까 다음 장마가 오면
난 입을 크게 벌려서
우주라는 구와 원을 다 들이켜 버릴거야
우주 Like 섬띵 투 드링크

근데 나는 마름모야
여전히 삐뚜루 서 있지
변과 변과 변과 변을 똑같이
나열하는 그저 변명꾼이야

비는 직선이 아니라 동그라미로
내리는 걸 진작에 알아 챘더라면
뭔가 달랐을까 다음 장마가 오면
난 입을 크게 벌려서
우주라는 구와 원을 다 들이켜 버릴거야

비는 직선이 아니라 동그라미로
내리는 걸 진작에 알아 챘더라면
뭔가 달랐을까 다음 장마가 오면
난 입을 크게 벌려서
우주라는 구와 원을 다 들이켜 버릴거야
우주 Like 섬띵 투 드링크

 

*(언어유희 정리)

 

처음 봤을때 제목에 한번 놀라고, 가사에 충격먹고, 노래에 넉다운했던 최애곡 중 하나입니다.

곡의 대주제를 설명하기에 앞서 자잘한 이야기들을 짧게 언급하자면... 제목이 너무 익숙하죠. 무한도전에서 박명수의 유행어였던 '우쥬라잌 섬띵 투 드링크?'에서 나온 거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보고 '뭐 이런걸로 노래를 만들어'했는데 이런 가사일줄은 몰랐지, 정말로 우주를 마실 것으로 만들어버립니다.

게다가 가사 초반부터 보이는 언어유희는? 한글,한자,영어를 오가는 것을 넘어 이제는 도형까지 끌어와 기가 막힌 가사를 지어냅니다. 4개의 똑같은 변과 1개의 면뿐인 마름모가 변과 변을 똑같이 나열하는 변명꾼(변면뿐)이 된다니요. 너무 신선한 발상이라 가사만으로도 즐거웠습니다.

장마가 오면 우주라는 구와 원을 다 들이킨다든지, 독창적인 킬링포인트가 많았지만 아무래도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은 첫 구절, '구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앨범 설명엔 딱 한줄뿐이지만 이 곡의 주제로 구원을 꼽았죠. "삶 속에 그 중에서도 음악 속에 구원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곡의 주제와 가사는 여기서부터 시작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삶 속에 구원이 있는가?' 거창한 구원이든, 아니면 누군가가 손 한번 잡아주는 사소한 것이든, 구원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의문이요. 늘 자신의 노래로 남들을 돕고 싶어했기에 특히 음악에 구원이 존재하는지도 고민하지 않았을까요.

구원이 존재하는가?는 당연히 답이 없는 문제고, 윤의 표현을 빌리자면 '인생이란 1도 모르겠음'같은 철학적 문제입니다. 하지만 언어유희적 답은 낼 수 있었죠. '삶 속에 구원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구와 원은 있지 않나?' 같은 생각입니다... 이게 무슨 잠재력대신 잠과 재력을 달란 얘기...

구원의 문제를 도형 구와 원으로 쪼개버린 뒤로는 자신이 보던 삶과 우주의 모든 것을 도형으로 바꿔 묘사해버립니다. 마름모와 직선, 동그라미, 종국에는 우주까지 동그랗게 만들어 모두 구원으로 만들어버리죠. 가사에 도형과 관련된 언어유희가 가득 든 것은 이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언어유희적 가사가 제일 두드러지긴 하지만 그 밑으로도 생각할꺼리는 꽤 있습니다. 구원은 동그란건데, 나는 왜 마름모일까요? 그것도 변명만을 나열하는.

'구하고 원하면 구원 속에 속한다.'는 내용은 종교적으로도, 일상적으로도 흔하지만 조금 거창한 믿음입니다. 제가 느끼기에 삐딱하고 변명뿐인 마름모란, 구원의 존재를 믿으면서도 '구하고 원하면 얻는 구원'같은 것에는 의문을 표하고, 대신 음악에 구원이 있을거라고 말하지만 정작 정말 그런가?하는, 자체적인 의문에 대해서는 자꾸만 변명하게 되는 자신을 묘사한 것 같았습니다.

여전히 삶 속에는 구원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고, 나는 뾰족한 마름모라 내 안에는 더더욱 동그란 구원이 없습니다. 그럼 저 우주에는 어떨까요? 동그란 천체들이 가득한 우주 어딘가엔 구원이 존재할지도 모릅니다. 계속해서 찾고 있던 질문의 답이, 나의 구원이 존재할지도 모릅니다.

전부터 우주를 들이키는 방법을 알았다면 뭔가 달랐을까, 알 수 없지만 이제는 구원을 찾을 준비가 되었습니다. 우주에서 내려오는 동그라미들을 마음껏 들이키다 보면 언젠가 내 안의 구원을 마주칠 수 있겠죠. 다음 장마가 오면 나는 마름모 모양의 입을 크게 벌려 우주라는 구와 원을 들이킬겁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