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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31 깡숑감상문 <지식보다 거대한 우주에는>

가시우주 2021. 3. 25. 10:56

 

지식보다 거대한 우주에는 - 이승윤

수줍은 별들이 눈부신 태양이

끝없이 빛나야 하는 것은
그들의 의지였을까
몰아치는 태풍이 분노하는 화산이
누군가의 눈물이 되어야 함은
그들의 선택이었을까

지식보다 거대한 우주에는
품어야 할 것들이 넘쳐나
나는 내가 누구인지 누가 아닌지조차
다 알지 못하는데

내가 너에게 그은 상처의
깊이는 얼마나 될까
내가 지금 흘리는 눈물의
길이는 얼마나 될까

지식보다 거대한 우주에는
배워야 할 것들이 넘쳐나
나는 내가 누구인지 누가 아닌지조차
다 알지 못하는데

머리맡에 둔 책들은 끝없이 이야기를 하려 하지만
내가 듣고 싶은 건 그런 게 아니야
우 뭘 알고 싶은 건지도 사실은 잘 모르겠어
어떻게 알아가야 하는지 
눈물로 하나를 알게 되면 
열개를 모르게 되는 것 같아

지식보다 거대한 우주에는
배워야 할 것들이 넘쳐나
나는 내가 누구인지 누가 아닌지조차
다 알지 못하는데

수줍은 별들이 눈부신 태양이
끝없이 빛나야 하는 것은
그들의 의지였을까
그들의 선택이었을까
그들의 의지였을까
그들의 선택이었을까

 

오늘은 어쩐지 탐라가 혼란스러웠는데 여러 말을 고민해보다 그냥 감상문을 들고 오기로 했어요. 곡을 추천해드리는 게 더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스스로 새겨두고 싶은 내용이기도 했고요.

가사는 처음부터 누군가의 '아픔'을 이야기합니다. 별과 태양이 끝없이 빛을 내며 누군가를 비춰야 하는 고독, 태풍과 화산이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을 눈물흘리게 하는 아픔. 누군가의 의도와 선택 없이도 이 세상에 생겨나는 고통과 상처입니다. 이유가 없어 그저 아파할 수밖에 없는 것들.

누군가 내게 아픔을 주었다고 해도, 그 아픔의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봤자 뾰족한 답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그저 아픔은 품고 상처가 낫길 기다려야 하는 것이고, 세상엔 그런 것들이 가득하죠. 책이나 누군가의 말 같은 지식들은 아픔의 이유과 그 해답을 설명하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지식보다 거대한 우주, 실제 우리의 삶에는 그런 말로는 전혀 해결되지 않는 아픔들이 존재한다고요.

나는 얼마나 더 많은 아픔을 품어야 할까요? 그 중에 정말 나의 상처는 얼마나 될까요?

가끔 우리는 내가 아닌 것까지 나라고 착각하고 남의 아픔까지 안고는 합니다. 사소한 예시로는 내가 공들여 만든 것이 관심받지 못하거나 좋아하는 것이 혹평을 받을 때를 들 수 있겠네요. 그건 정말로 나의 아픔일까요? 그게 아니라면 왜 내가 상처를 받는 걸까요? 나는 어디까지고 나는 누구가 아닌지, 왜 나는 아파야 하는지 알 수 없는 것 투성이입니다.

하지만 우리를 정말로 외롭게 하는 건 그것이 아닙니다. 나는 너의 상처를, 너는 나의 아픔을 알 수 없다는 사실이죠. 아파하는 사람들끼리도 각자의 아픔만을 품은 채 어둠으로 희미하게 상대를 가늠하며 미약한 온기만을 나눠야 한다는 사실이요. 아픔을 이해하는 법은 어떻게 배우는 걸까요?

머리맡에 책을 쌓아두고 읽어도 나의 것이든 남의 것이든 아픔을 이해하는 방법은 나와있지 않습니다. 그저 까마득하고 여전히 혼란스럽죠. 어쩌면 아픔은 정말로 품은 채 눈물을 흘려서 배워나가야 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하나의 아픔을 눈물로 이해한 후로도 수많은 모르는 아픔이 존재하지만요.

그럼에도 아픔을 이해하려는 걸 멈추면 안될 겁니다. 나의 상처를 외면하고 아픔에 무뎌지면 미약하게 이해할 수 있던 다른 사람의 아픔까지 보이지 않게 되니까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내 눈물만큼 다른 사람도 눈물을 흘릴거라 믿는 것뿐이지만, 그런 끊임 없는 과정속에서, 모두가 눈물로 하나씩 자신의 아픔을 이해하다 보면 언젠가 다른 사람의 아픔도 알게 되는 때가 오지 않을까요. 그렇게만 된다면 외로움도 아픔도 나눌 사람이 있어 덜해질 겁니다. 위대한 우주의 일부를 이해하게 될지도 모르고요. 수많은 눈물이 흘러야겠지만 또 그만큼 웃을수있는게 사람이니까요.

그러니까 오늘도 의문은 멈추지 않습니다. 반짝이는 별과 찬란하게 빛나는 태양을 보면서도 그들의 가려진 아픔을 고민해보는 거죠. 언젠가는 거대한 우주의 아픔까지 이해하고 품을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거기엔 물론 나의 아픔도 이해받고 싶다는 마음도 존재할겁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