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 이승윤
아직 충분히 크지 않았던
내 작은 손이 마주 잡았던
담벼락에 핀 작은 한 송이
꽃이 들려주던 그 노래소리
그 땐 내겐 전부라고 여겨졌었던
일기장에 적어 놓았던 풍경들이
이젠 웃음보단 미소로만 남아서
내 곁을 지키네
가끔은 기억 조차도 않나
가끔은 그리운 한숨을 쉬어
후
하
이젠 커버린 나의 두 손이
잡을 수 있는 더 많은 소리
하지만 더는 보이지 않는
담벼락에 핀 작은 꽃송이
그땐 내겐 전부라고 여겨졌었던
일기장에 적어놓았던 풍경들이
이젠 울음 보단 미소로만 남아서
내 곁을 지키네
가끔은 기억 조차도 않나
가끔은 그리운 한숨을 쉬어
후
하
여러분은 어린 시절을 어떻게 기억하시나요? 가끔 생각보다 더 작고 사소한 일들이 떠오르지는 않나요? 이 곡을 들으면 전 초등학교 때 집 근처의 공원에 매일같이 가서 꽃과 열매를 따고,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고 풀꽃을 뜯으며 놀던 기억이 납니다. 흔한 잡초와 돌멩이까지 얼마나 잘 갖고놀았는지.
대학교 들어와서도 멋진 구름이나 길가의 꽃이 보이면 멈춰서서 꼭 사진을 찍곤 했어요. 용도는 딱히 없었지만 그냥 눈에 들어왔고, 보이는 만큼 예쁘게 담아내면 기뻤고. 시쳇말로 소확행이라고 하는 거였죠. 폰 속엔 그런 사진이 제법 많이 쌓였고요.
그런데 어느날 문득, 이젠 내가 사진을 찍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었죠. 처음엔 그렇게나 예쁘고 마음에 작게나마 닿아오던 것들이 그냥 익숙하고 흔한 보통의 것들로 느껴지기 시작한 것 같았어요. 어른이 되는 건 이런걸까? 하는 실없는 생각도 들었고요.
어릴 때의 나와는 비교도 안 되게 나는 많은 것을 배웠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됐죠. 돈을 벌고 쓰면서 스스로를 책임지는 법도,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법도 배웠죠. 하지만 동시에 잃어버린 것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제는 더이상 작은 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걸 보면요.
나의 순수에 관한 추억을 누구든 하나는 가지고 있을 겁니다. 지금은 잃어버렸기에 더 맑아보이는 기억을요. 그 시간들은 다시 생각해도 무척 벅차고 행복했던 감정이 들지만 지금의 나는 무척 달라진 것처럼 느껴집니다. 마치 다른 사람처럼 그 시절을 기억하지 않고, 기억도 안 나죠. ("가끔은 기억 조차도 않나" -중의적발음)
지금의 나는 그저, 추억의 파편이 담긴 일기장을 보며 미소짓고 그리운 한숨을 쉴 뿐입니다. 시간이 한 방향으로만 흐른단 건 이렇게 슬픈 걸까요.
...하지만 과거의 시간에 우리는 행복한 기억뿐만 아니라 아픈 기억도 가지고 있죠. 생각하기만 해도 쓰리고 슬픈 것들이요. 정말 힘든 시기, 그 땐 나의 전부라고 여겨졌었던 아픈 시간들도 충분한 시간이 지난 지금에는 울음이 아닌 미소로 기억나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게 공평한 일일지도 모르겠어요.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고 하잖아요. 나의 감정에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시간이 지나면 뭐든 무뎌지죠.
우리는 어린 시절의 순수를 잃었다고 슬퍼하지만... 10년 뒤에, 20년 뒤에 지금 시기를 추억하며 그때는 순수했다고 똑같이 생각할 것을 상상하면, 사실 순수는 시간에 고정된 형태는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냥 내가 늘 가지고 있던 거죠. 모양과 방법은 다르더라도.
그러니 시간의 흐름에 대해 너무 슬퍼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가끔 내가 무언갈 잃는다고 해서, 가끔 허전하고 후회가 된다고 해서요. 그 모든 시간들이 나의 일부이기도 하니까요. 대신 가끔은 추억할 수 있게 일기라도 쓰면 좋겠네요. 행복한 일이든 슬픈 일이든 결국 나중엔 미소가 될테니.
짧게 한대놓고 양은 비슷해보이지만... 급조하느라 정리가 덜 된 탓입니다. 아무튼 추억은 추억이기에 아름답고 현재가 더 중요하다는 것... 우리는 아직 순수하다는 것... 뭐 그렇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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