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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그 코리아 2021년 3월호 인터뷰 - 이승윤

가시우주 2021. 3. 25. 13:49
새벽까지 생방송을 마친 다음 날 뭐 했냐는 질문에 이승윤은 '좀비처럼 누워 있었다'고 답했다. 불과 30시간 전 이승윤의 머리 위로는 황금빛 리본이 쏟아져 내렸다. '<싱어게인> 초대 우승자는! 이! 승! 윤!' 이름을 불린 그에게 그야말로 '금의환향'하지 않았느냐고 말을 건네자 "저 혼자만 차분하고 주변은 모두 들떠 있어요."라고 했다.

 

'방구석 음악인'
모든 창작물에는 방구석이라는 요소가 있어요. 자기만의 방에 있던 마음의 문을 열고 바깥에 내보일 때 창작물이 생명을 가진다고 봐요. 그런 의미에서 제 음악은 방구석적 요소가 있어요.

'무명성 지구인'
무명이라는 말에 반발감이 있었어요. 이름이 없는 게 아니라 명성이 없을 뿐이잖아요.

'장르가 30호'. 이승윤의 음악.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은 록적 요소와 포크적 요소와 팝적 요소와 힙합적 요소를 다 어설프게 가져온 음악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유명 고급 레스토랑의 음식이 아니라 8,000원 내면 여러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동네 한식 뷔페 같은 음악이죠. 최고는 아니지만 이것저것 있습니다. 

이승윤을 대표하는 곡
특정한 곡이 절 대표할 순 없는 것 같아요. 전부 저다운 곡이었거든요. 모든 곡에 제 파편이 들어 있어요. 가사의 경우 빈정거리는 쪽이라 최근에 낸 '영웅 수집가'가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맞닿아 있지 않을까 합니다.

우승의 요인
정말 운이 좋았어요. 저는 한 번도 제 음악이 새롭다고 말한 적 없거든요. 아주 새로운 사람은 아닌데 세계적인 역병이 있었고 공연장에 접근성이 떨어졌고 기성 음악에 반발 작용으로 트로트가 대중화됐어요. 그리고 이제 트로트에 반발 작용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갑자기 신선하게 보이셨을 겁니다(웃음). 

노래를 시작하게 된 계기
고등학교 때 오아시스, 콜드플레이 같은 영국 록 밴드가 정말 멋있었어요. 그분들 노래를 따라하다 보니 곡이 만들어지더라고요. 그때부터 깨작깨작 노래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기타의 매력
다른 악기로 표현할 수 없는 뭔가가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나무와 통과 줄이 주는 울림. 따뜻한 그 울림을 좋아해요.

주목 받은 상황에서 앞으로의 음악 활동
정확히 이승윤의 음악으로 주목을 받은 건 아니에요. 제가 고른 곡은 다 명곡이었기에 '명곡 버프'를 받았고요. 어쨌든 앞으로도 제 음악을 할 겁니다. '거창해지지 말자'가 모토기 때문에 <싱어게인>의 성취를 좇아가다 제 음악 세계를 잃어버리진 않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배운 것들, 저도 몰랐던 것들을 덧붙일 수 있도록 균형을 잘 잡을 겁니다.

시공간 등 아무 제약 없이 음악을 만들 수 있다면?
1990년대 말도 안 되는 웅장한 사운드. 100인조 오케스트라와 60명 중창 합창단이요(웃음). 지금은 컴퓨터로 쉽게 음악을 만들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자본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음악이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