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윤 49

04. <지식보다 거대한 우주에는> 가사

-이승윤 수줍은 별들이 눈부신 태양이 끝없이 빛나야 하는 것은 그들의 의지였을까 몰아치는 태풍이 분노하는 화산이 누군가의 눈물이 되어야 함은 그들의 선택이었을까 지식보다 거대한 우주에는 배워야 할 것들이 넘쳐나 나는 내가 누구인지 누가 아닌지조차 알지 못하는데 내가 너에게 그은 상처의 깊이는 얼마나 될까 내가 지금 흘리는 눈물의 길이는 얼마나 될까 지식보다 거대한 우주에는 배워야 할 것들이 넘쳐나 나는 내가 누구인지 누가 아닌지조차 알지 못하는데 머리 맡에 둔 책들은 끝없이 이야기를 하려 하지만 내가 듣고싶은 건 그런게 아냐 무얼 알고 싶은 건지도 사실은 잘 모르겠어 어떻게 알아 가야 하는지는 물론 하나를 알게 되면 열 개를 모르게되는 것 같아 지식보다 거대한 우주에는 배워야 할 것들이 넘쳐나 나는 내가..

03. <하품만 나오네> 가사

-이승윤 오늘 하루는 왜 이리도 짧아 뭔가 보여 줄 테니 잘 봐 큰 소릴 쳤는데 모터를 달았나 시간은 왜 이리도 잘 가 아하 하품만 나오네 아하하하하 하품만 나오네 뭔가 잘못된 게 분명해 게으름이란 불명예 내 계획 속엔 없던 예외 속의 구멍에 빠져 버린 난 골프 공인가 누가 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볼품없는 놈인가 빠라빠빠바라 하고 멋지게 등장하고 팠는데 빠라빠빠바라 헛발질만 해댔구나 홀인원은 바라지도 않아 나는 그곳으로 가기만을 바랄 뿐야 그런데도 나는 왜 하품만 주구장창하고 있을까 어두워진 그늘 속에 비틀대는 내 모습 발견하진 않을 거에요 해맑게 웃는 저 아이들처럼 하하하하하 웃어 볼 거에요 나의 하루는 고달픈 너의 하늘을 보다 큰 색으로 물들이기엔 조금은 어설픈 몸짓으로 가득 차 보이지만 난 거짓..

02. <이백서른두번째 다짐> 가사

-이승윤 멈춰 있는 시간 위에 노래를 부르자 고장이 난 시계 속의 스물 네 시간을 되찾자 번져 있는 잉크 위에 아침 햇살을 담아 건져 올릴 하루를 담담히 써 내려 가보자 의미를 알지 못한 하루 속에 음미를 하지 못한 시간 탓에 온기를 담지 못한 순간들에게 사과해야지 이젠 다가가야지 숨을 쉬어 그리고 내뱉어 그렇게 하나씩 해보는 거야 묻혀 있는 시간 위에 노래를 부르자 던져 버린 스물 네 시간을 되찾자 의미를 알지 못한 하루 속에 음미를 하지 못한 시간 탓에 온기를 담지 못한 순간들에게 사과해야지 이젠 다가가야지 숨을 쉬어 그리고 내뱉어 그렇게 하나씩 해보는 거야

01. <그림자 위로> 가사

-이승윤 뿌연 달빛에 날갤 잃은 그녀는 눈을 감은채 노래를 불렀지 에이 나는 아무것도 아닌 나무 곁에 아무도 모르도록 숨겨진 꽃인가 봐 그는 잿빛의 고갤 들어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노래를 불렀지 너는 아무것도 아닌 나의 곁에 아무도 모르도록 다가온 꽃인가 봐 그림자는 너를 가리고 있지만 그림자는 너를 가질 수 없단 걸 잊지마 거친 걸음으로 거리 위를 걷는 바람들은 숨을 쉬지 않네 난 멋진 모습으로 걷진 못하지만 너, 나와 함께 숨을 쉬어줄래 이젠 그림자 위로 이젠 그 그림자 속에 뿌연 달빛에 날갤 잃은 그녀는 눈을 감지않고 노래를 불렀지 나는 나무 곁이 아닌 너의 곁에 아무도 모르도록 심겨진 꽃인가 봐 그림자는 우릴 가리고 있지만 그림자는 우릴 가질 수 없단 걸 잊지마 거친 걸음으로 거리 위를 걷는 바람..

210430 차이나는 클라스 독점인터뷰 이승윤

*인터뷰어: 신예리 신예리(이하 신): 먼저 첫 번째 공식 질문부터 드릴까요. 보신 적 있으세요? 이승윤(이하 윤): 아 이게 공식질문이라니, 제가 불과 이틀 전까지 TV가 없었어가지고.... 신: 앞으로는 열심히 보시는 걸로? 윤: 네 열심히 보도록 하겠습니다. 신: 오늘의 주제가 선거이거든요. 그런데 우리 승윤님께서 국민들의 투표로 우승하신 출신이시기 때문에 오늘 주제에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게스트가 아닐까합니다. (그나저나) 이렇게 뵈면은 뼈밖에 없으신가?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의외의 복근을 노출하는 그런 장면이 나왔어요. 윤: 아... 여기 교양 프로그램 아니었나요? 복근 얘기를...(웃음) 신: 근육 부심이 있으신건지(웃음). 윤: (손사래) 아니 저는 부심이 없는데, 자꾸 어딜 가도 벗기시더라..

210415 깡숑감상문 <관광지 사람들>

관광지 사람들 - 이승윤 죽지도 않고 살아 있지도 않는 이 도시에서 난 살아 아니 사실은 죽어있는 것 같기도 한데 그래도 나는 살아 좋은 자린 전부 역사가 차지하고 우린 무덤 위에서만 숨을 쉴 수 있고 어제를 파낸 자리에 오늘을 묻어야만 해 그래야 내일이란 걸?살아 그래야만 내일이란 걸 살아 과거에 빚을 지고 있다고 말하지만 과거도 우리한테 빚을 지고 있다고 우린 끊임없이 그들을 되뇌이는데 그들은 딱히 우릴 기억해주지 않아 우릴 딱히 기억해주지 않아 여긴 그냥 관광지 우리는 관광지의 주민이지 여기에 사는 것은 우린데 실은 죽은 사람들과 관광객이 주인이지 여긴 그저 관광지 우린 관광지의 주민이지 거기에 사는 것은 우린데 실은 죽은 시간들과 관람객이 주인이지 우린 그냥 그 주위를 그리다가 글이 되겠지 박물관..

210401 깡숑감상문 <무얼 훔치지>

무얼 훔치지 - 이승윤 생각을 정돈 하려다 맘을 어지럽혔나봐 대충 이불로 덮어놓고 방문을 닫았어 선반에 숨겨 놓았던 후횔 하나 둘 꺼내서 읽으려다 그냥 말았어 거의 외웠으니까 낡은 하늘에 밝은 미소를 건넬 걸 왜 내가 바라 볼때면 녹슬어 있는지 노을을 훔치는 저기 언덕을 가도 멀찍이 태양은 언제나 멀지 그럼 난 무얼 훔치지 텅 빈 하루를 채우다 잠은 가루가 됐나봐 쓸어 안아 누워 있다가 그냥 울어 버렸어 옷장에 숨겨 놓았던 꿈들을 몇 벌 꺼내서 입으려다 그냥 말았어 어울리지 않잖아 낡은 하늘에 밝은 미소를 건넬 걸 왜 내가 바라 볼때면 녹슬어 있는지 노을을 훔치는 저기 언덕을 가도 멀찍이 태양은 언제나 멀지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난 무얼 훔치지 조바심에 저 바람에 주파수를 훔쳐봐도 모랫가루만 날리고 방을..

<가사노바> - 이승윤

-알라리깡숑 박자를 타고 각 잡아도 이건 아냐 암만 봐도 플로우 같은 건 난 아무것도 몰라 흘러가는대로 아무렇게나 불러 난 초짜라 죽어라 쥐어짜봤자 이런 말도 안 되는 글만 적잖아 어설프게 남들따라 랩 안 할래 나만의 노래를 부를랩 철학적이고 문학적인 가사를 쓰고 싶지는 않아 진짜 가사같은 가사를 쓰고 살고 싶어 빠삭하게 아삭하고 나사풀린 그런 거 말야 을이라는 의리로 묶인 으리으리한 성안에서 탈출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으르렁 대보지도 못하고 가사 속에서만 강한 나는 그래 가사노바 시 적인 가사가 어딨어 시의적절한 말만 있을 뿐 시작은 거창한 척 해도 삶과 구인의 명복을 빌 뿐이야 삼가 고인이 될 때까지 그런거지 뭐 발악하는 눈물들 위로 버럭대는 늠름한 피로 균열이 간 흙기둥은 금빛 지붕을 받치고 소수는..

아레나 옴므+ 2021년 4월호 인터뷰 - 이승윤

https://www.smlounge.co.kr/arena/article/47711 '방구석 음악인'이 세상 밖으로 나와 구찌를 입고 화보를 찍었네요. 기분이 어떤가요? '옷이 날개다'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네요. 정직하게 말하자면 구찌가 비싼 브랜드라는 것 외에는 전혀 몰랐거든요. '이걸... 나보고 입으라고?' 생각하며 입었는데,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정말 예뻐요. 현장에서 각선미에 대한 칭찬이 끊이질 않았어요. 하하. 오늘 입은 것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게 쇼트 팬츠예요. 은근히 자기만의 패션 철학이 있어 보이던데? '똥폼'이죠. 처음엔 뜨악하지만 보다 보면 정이 가는 스타일. 에서 원래 지난해까지만 음악을 하고, 안 되면 접으려고 결심했다고 했었죠. 전 세상에서 제일 믿지 않는 말이 '난..

보그 코리아 2021년 3월호 인터뷰 - 이승윤

새벽까지 생방송을 마친 다음 날 뭐 했냐는 질문에 이승윤은 '좀비처럼 누워 있었다'고 답했다. 불과 30시간 전 이승윤의 머리 위로는 황금빛 리본이 쏟아져 내렸다. ' 초대 우승자는! 이! 승! 윤!' 이름을 불린 그에게 그야말로 '금의환향'하지 않았느냐고 말을 건네자 "저 혼자만 차분하고 주변은 모두 들떠 있어요."라고 했다. '방구석 음악인' 모든 창작물에는 방구석이라는 요소가 있어요. 자기만의 방에 있던 마음의 문을 열고 바깥에 내보일 때 창작물이 생명을 가진다고 봐요. 그런 의미에서 제 음악은 방구석적 요소가 있어요. '무명성 지구인' 무명이라는 말에 반발감이 있었어요. 이름이 없는 게 아니라 명성이 없을 뿐이잖아요. '장르가 30호'. 이승윤의 음악.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은 록적 요소와 포크적 ..